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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마녀 — 좋아하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 못 하는 사람

by goodluck12 2026. 3. 20.

우주를 줄게 보면서 배인혁한테 빠졌는데, 샤이닝 보면서 진영한테도 빠져버렸어요. 두 드라마를 번갈아 보다가 문득 생각났거든요. 예전에 봤던 마녀. 그때는 그냥 보고 넘겼는데, 진영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알고 나서 다시 보니까 완전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써보기로 했어요.

드라마 마녀 (The Witch)
방영 2025.02.15 ~ 2025.03.16
채널 채널A 토일드라마 / 총 10부작
OTT 티빙
장르 미스터리 로맨스
원작 강풀 웹툰
주연 노정의, 진영(박진영)
마녀 미정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겪는 사고를 표현하는 리뷰용 이미지

 

마녀, 어떤 드라마인가

이 드라마의 핵심 감정은 딱 하나예요.

사랑받으면 상대방이 다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곁에 있겠다는 사람의 이야기.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연달아 사고를 당하면서 마녀라 불리게 된 여자 미정. 어릴 때부터 그 소문 속에서 자랐고, 성인이 돼서도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요. 그나마 바깥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아무도 없는 새벽뿐이에요. 그리고 그런 미정을 고등학생 때부터 짝사랑했던 동진은, 대놓고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어요. 그냥 멀리서 지켜봤어요. 가까이 가면 자신도 다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다 데이터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졸업 후엔 미정 근처에 살면서 그녀를 둘러싼 불운의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해요.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는 방식이 통계 분석이라는 게, 어딘가 이 사람의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 같았어요.

화려한 미스터리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이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에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워가며 살던 사람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이야기. 그 얘기를 10부작 동안 참 조심스럽게, 그리고 오래 하더라고요.

 

미정이라는 사람

주인공 박미정은 처음부터 닫혀있는 사람이에요.

어릴 때부터 자기 주변 남자들이 다쳤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 불렀어요. 그 말이 평생 따라다녔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도 그 말을 믿게 된 사람. 성인이 돼서도 혼자 살고, 낮에는 거의 나가지 않고, 새벽에만 조용히 움직여요. 자신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그게 강한 게 아니에요. 혼자이길 선택한 게 아니라, 혼자일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된 거였어요. 괜찮다는 말을, 있어도 된다는 말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사람.

보다 보면 이 사람이 너무 쓸쓸하다는 게 느껴져요. 표정도 없고 말도 없는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게 쌓여있는지가 자꾸 보이는 거예요. 노정의가 그걸 말 없이 다 표현하더라고요.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대사 없이도 다 읽혔으니까요.

 

동진과의 로맨스 — 목숨을 걸고 옆에 있기로 한 사람

동진은 처음에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여요.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미정 근처에 이사 와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요. 미정한테 일어난 사건들의 패턴을 찾겠다는 거예요. 누가 봐도 집착처럼 보이는데, 근데 이게 무섭지가 않아요. 오히려 이 사람이 미정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생각해왔는지가 보여서요.

가까이 가면 자신도 다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알면서도 미정 곁에 있기로 한 거예요. 감정에 휩쓸려서가 아니라, 오래 생각하고 선택한 거라는 게 이 캐릭터를 더 무겁게 만들어요.

동진이 처음으로 미정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어요.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그 순간.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그냥 거기 있는 사람. 그 장면에서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게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멈추질 못했거든요.

 

진영이 이런 배우였구나

솔직히 처음 마녀를 봤을 때는 노정의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근데 다시 보니까 동진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조용하고 절제된 사람인데, 그 안에 뭔가 꽉 눌러놓은 게 있어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가 딱 한 순간 무너지는 눈빛. 그게 이 캐릭터의 전부이기도 해요.

샤이닝에서 진영을 보고 나서 마녀를 다시 봤더니, 이미 그때부터 이런 눈빛이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우주를 줄게 보고 배인혁이 궁금해졌다면 치얼업이 답이듯, 샤이닝 보고 진영이 궁금해졌다면 마녀가 그 답이에요. 확실히요.

 

이 드라마를 보고 느낀 점

마녀를 다 보고 나서 한참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꼭 다가가는 것만은 아니구나. 동진처럼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혼자 공부하는 것도, 다 사랑의 방식이 될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미정처럼 스스로를 재앙이라고 믿으며 살아온 사람이, 한 사람의 시선 때문에 조금씩 세상 쪽으로 나오게 되는 과정이 너무 마음에 걸렸어요. 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하나가 얼마나 큰 건지. 그걸 이 드라마가 조용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이런 사람한테 추천해요

밤에 혼자 뭔가 보고 싶은데 너무 자극적인 건 싫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것도 아닌 걸 찾고 있다면 딱이에요. 감정이 천천히 쌓이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말보다 눈빛으로 다 전달되는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결말이 좋으면 과정이 힘들어도 괜찮은 사람.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보세요.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설레는 로맨스를 원한다면 이 드라마는 좀 힘들 수 있어요. 설레는 구간보다 답답하고 속상한 구간이 훨씬 많거든요. 근데 그 답답함을 다 견디고 나면, 마지막에 뭔가 꽉 차는 느낌이 있어요. 그게 마녀예요.

 

총평 및 별점

⭐⭐⭐⭐ 5점 만점에 4점

미스터리인 줄 알고 봤다가 감정 드라마에 마음을 뺏긴 드라마예요. 결말은 따뜻하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아요. 진영 입문작으로도, 노정의 재발견으로도 손색없어요. 마음이 복잡한 날, 무거운 걸 보고 싶은 날, 끝에 가서는 따뜻해지고 싶은 날 틀면 딱이에요.

 

-1점 이유: 보는 내내 너무 속상해요.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요. 중반부에 답답한 구간이 꽤 길어서, 마음 편히 보고 싶은 날엔 비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