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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미쓰홍 홍장미 캐릭터 분석 — 가면을 쓰고서야 진짜가 됐다

by goodluck12 2026. 3. 10.

드라마 : 언더커버 미쓰홍 방영 : 2026.01.17 ~ 2026.03.08 (tvN 토일드라마 / 총 16부작) OTT : 넷플릭스, 티빙 장르 :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 / 잠입수사 / 로맨스

언더커버 미쓰홍 리뷰용 이미지

 

언더커버 미쓰홍, 어떤 드라마인가

1997년 여의도 증권가. IMF 위기 직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30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가 스무 살 말단 신입사원 '홍장미'로 위장 취업하며 벌어지는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다.

비자금 비리, 고졸 여사원 집단해고, 회사 내 권력 구조. 딱딱할 수 있는 소재인데 막상 보면 유쾌하고 따뜻하다. 레트로 감성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 조합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균형을 꽤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반신반의했다. 97년 여의도 증권가라는 배경 자체가 굉장히 특수하고,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시청자들한테는 낯설 수도 있다. 근데 드라마가 그 시대를 단순히 '추억팔이'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부터 몰입이 됐다. 삐삐, 공중전화, 두꺼운 어깨 패드 재킷 같은 소품들이 그냥 무드용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실제로 기능을 한다. 그 디테일들이 세계관을 살아있게 만들었다.

 

홍금보가 '홍장미'가 되면서 달라진 것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 바로 이거다.

홍금보는 엘리트다. 증권감독원 최초의 여성 감독관, 공인회계사 최고득점 합격. 늘 혼자 치고 올라온 사람이라 동료와 함께 뭔가를 이룬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홍장미'가 되고 나서 그게 바뀐다.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새벽에 라면 끓여 먹고, 해고 위기에 놓인 동료들과 함께 싸우고, 혼자였으면 절대 못 했을 일들을 같이 해낸다. 홍금보로서는 평생 못 해봤던 것들을 '홍장미'라는 이름으로 처음 경험하는 거다. 위장이 가면이 아니라 오히려 거울이 됐다는 느낌. 그 지점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이었다.

보통 이런 위장 취업 설정의 드라마들은 '들키면 어떡하지'라는 긴장감을 주된 동력으로 삼는다. 물론 이 드라마도 그 긴장감이 없는 건 아니다. 근데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건 홍금보가 홍장미로 살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다. 엘리트라는 갑옷을 잠깐 내려놓고, 처음으로 '동료'라는 걸 경험하는 사람의 이야기. 그게 이 드라마의 진짜 중심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숙사 씬들이 좋았다. 처음엔 어색하게 혼자 있으려는 홍금보가, 어느 순간 먼저 라면 냄비를 꺼내는 장면. 대사 없이도 그 변화가 보였다. 박신혜가 그 미묘한 온도차를 정말 잘 표현했다.

 

관계가 꼭 나쁘게 끝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신정우(고경표)와의 관계도 그렇다.

전 연인이 재회하는 설정이면 보통 극적인 갈등이나 깔끔한 이별 중 하나로 귀결되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홍금보와 신정우는 상처를 주고받은 사이지만, 결국 서로를 망가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된다. 관계의 끝이 꼭 나쁘게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줬다고 해야 할까. 오래 묵혀둔 감정이 해소되는 방식이 조용하고 담담해서 더 좋았다.

박신혜와 고경표, tvN 〈이웃집 꽃미남〉 이후 13년 만의 재회인데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시간이 두 사람의 연기에 쌓인 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두 배우한테도, 두 캐릭터한테도 동시에 얹혀있는 느낌이랄까. 그게 묘하게 감정선을 더 두텁게 만들었다.

신정우 캐릭터가 특히 흥미로웠던 건, '알면서 모르는 척인지, 진짜 모르는 건지' 그 경계가 끝까지 흐릿하다는 점이다.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는 그 애매함이 답답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고 느꼈다. 다 알면서도 모른 척 공간을 줬던 건지, 아니면 진짜로 몰랐던 건지 — 어느 쪽이든 그 인물이 홍금보를 대하는 방식엔 일관된 온기가 있었다.

 

이 드라마의 숨겨진 MVP — 고복희

솔직히 중반까지는 하윤경이 연기하는 고복희를 그냥 냉소적인 조력자 정도로 봤다. 근데 홍금보와 공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사장 전담 비서로 오래 일하면서 쌓인 정보와 관찰력,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 삭여온 것들이 홍금보와 만나면서 터져 나오는 구조다. 두 사람이 팀이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그 과정에서 고복희라는 인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버텨왔는지가 슬그머니 드러난다. 화려하게 부각되는 캐릭터는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윤경의 절제된 연기 덕분이기도 하다.

유나(있지 ITZY)가 연기한 진짜 홍장미도 나올 때마다 존재감이 확실했다. 분량이 많지 않아서 아쉬울 정도였는데, 짧은 장면에서도 캐릭터의 결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면 이 드라마에서 꽤 많이 지워질 것 같다.

 

마지막 장면 — 보험 언더커버로 이어지는 엔딩

솔직히 마지막 장면에서 소리를 질렀다.

증권 비리를 마무리하고 끝나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홍금보가 이번엔 보험사로 잠입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한 장면 때문에 드라마 전체가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충분히 2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고, 개인적으로 진짜 시즌 2가 나왔으면 하는 드라마 중에 손꼽힌다.

홍금보가 다음엔 어떤 '홍장미'가 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매번 다른 업계,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 속에서 위장하는 홍금보의 이야기가 시리즈로 이어진다면 진짜 한국판 언더커버 시리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엔딩 하나로 드라마 전체의 재미를 몇 배로 증폭시킨 연출이었다.

 

 

등장인물 한눈에 보기

홍금보 / 홍장미 — 박신혜 : 증권감독원 최초 여성 감독관. 스무 살 신입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며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혼자 치고 올라온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를 배우는 과정이 이 캐릭터의 핵심이다.

신정우 — 고경표 : 한민증권 신임 사장. 홍금보의 전 연인. 알면서 모르는 척인지, 진짜 모르는 건지 — 그 경계가 흐릿한 인물. 그 애매함이 오히려 캐릭터를 살린다.

고복희 — 하윤경 : 사장 전담 비서. 초반엔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중반 이후 홍금보와 공조하면서 이 드라마의 숨겨진 MVP가 된다. 절제된 연기가 인상적이다.

홍장미 — 유나(있지 ITZY) : 홍금보의 친동생이자 진짜 홍장미. 분량이 많진 않지만 나올 때마다 존재감이 확실하다.

 

총평

홍금보가 홍장미가 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이뤄내는 과정, 나쁘게만 끝나지 않는 관계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열린 엔딩까지. 16부작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레트로 감성과 잠입수사, 따뜻한 연대의 이야기가 한 그릇에 담긴 드라마. 위장이 가면이 아니라 거울이 된다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끝나고도 한참 머릿속에 남았다. 가면을 쓰고서야 진짜가 됐다는 역설 — 그게 이 드라마가 단순한 오피스 코미디 이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넷플릭스 정주행으로 강력 추천하고, 시즌 2 제발 나와줬으면 한다.

 

 

📌 기본 정보 방영 : tvN 토일 | 2026.01.17 ~ 03.08 | 16부작 출연 : 박신혜, 고경표, 하윤경, 조한결, 유나(있지) OTT : 넷플릭스, 티빙

 

 

총점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