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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얼업 — 배인혁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by goodluck12 2026. 3. 19.

넷플릭스 켜면 뭐 볼지 몰라서 30분 동안 고르다 그냥 유튜브 쇼츠 보고 자는 사람, 저만은 아니죠?

근데 이번엔 달랐어요. 우주를 줄게 보고 나서 배인혁 검색하다가 치얼업을 발견했거든요. 제목부터 뭔가 청량한 느낌이 있어서 그냥 1화만 보려고 켰는데, 밥도 안 먹고 16부작 다 봐버렸어요. 다 보고 나서도 한참 멍하게 있었거든요. 이건 혼자 소화하기엔 너무 아까운 드라마라서 제대로 써보기로 했어요.

드라마 치얼업 (Cheer Up)
방영 2022.10.03 ~ 2022.12.13
채널 SBS 월화드라마 / 총 16부작
OTT 넷플릭스
장르 청춘 로맨스 / 캠퍼스 미스터리
연출 한태섭, 오준혁 감독
극본 차해원 작가
주연 한지현, 배인혁, 김현진, 장규리

치얼업 드라마 응원단 참고용 이미지

치얼업, 어떤 드라마인가

이 드라마의 핵심 감정은 딱 하나예요.

응원하는 사람이 응원받는 이야기.

찬란한 역사를 뒤로 하고 망해가는 대학 응원단 테이아. 단원은 부족하고, 학생들의 보이콧은 빗발치고, 불길한 예언까지 떠도는 최악의 상황에서 새 신입생들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화려한 캠퍼스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이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에요.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사실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하다는 것. 그 얘기를 16부작 동안 참 조용하게, 그리고 오래 하더라고요.

 

응원단이 사랑받는 이유, 보면서 알았어요

근데 이 드라마 보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응원단이 왜 이렇게 사랑받는지, 보다 보니까 알 것 같더라고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음악이 터지고, 옆 사람이랑 박자 딱 맞는 순간. 그 희열이 화면 너머로도 느껴지는 거예요. 나 저거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저 안에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자꾸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치어리딩이 단순히 예쁘게 뛰는 게 아니잖아요. 타이밍 하나 틀리면 전체가 무너지고, 합이 맞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 그러니까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으면 절대 못 해요. 그 신뢰가 무대 위에서 터지는 순간이 이 드라마에서 제일 아름다운 장면들이었어요.

한 번쯤은 저 안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 솔직히 했어요. 무대 위에서 음악 크게 틀고, 옆 사람이랑 호흡 딱 맞춰서 움직이는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

 

도해이라는 사람

주인공 도해이는 처음부터 강한 아이예요.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홀로 두 남매를 키우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스무 살인데 이미 가장 역할이 몸에 밴 사람.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웃고 다니는 타입이에요. 근데 그게 사실 강한 게 아니라, 도움받는 법을 모르는 거였어요.

뭔가를 받으면 꼭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게 어색한 사람. 그래서 응원단 테이아에 들어가서도 한동안은 혼자 다 짊어지려 해요. 어머니 건강 문제도 절친한 친구한테 쉽게 말 못 할 정도로요.

보다 보면 이 사람이 쓸쓸하다는 게 느껴져요. 웃고 있는데 혼자인 사람. 그게 도해이예요.

그리고 그게 무너지는 게 박정우 때문이에요.

 

박정우와의 로맨스 — 꽉 닫혀있던 사람이 열리는 이야기

4학년 선배이자 응원단 단장인 박정우는 처음엔 원칙주의자 꼰대 이미지예요. 신은 그를 만드실 때 책임감과 인류애는 잔뜩 넣으셨는데 융통성 한 스푼만은 덜어내신 사람. 규정대로만 움직이고, 휘어지느니 부러지겠다는 대나무 같은 캐릭터예요.

근데 도해이한테는 유독 달라요. 딱딱한 사람이 한 사람한테만 물러지는 그 장면, 보는 사람은 다 알잖아요. 이 사람 이미 넘어갔다는 거.

박정우가 도해이한테 진심을 꺼내는 장면이 있어요. 웃음으로 다 덮어두던 사람이 딱 한 순간 그걸 내려놓는 장면. 말보다 표정이 먼저인 그 순간이 드라마 전체에서 제일 오래 남았어요. 화면 캡처해놓고 한참 들여다봤거든요.

선배가 후배를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꽉 닫혀있던 사람이 한 사람을 통해 처음으로 기대도 된다는 걸 배우는 이야기. 뭔가를 주기에만 급급했던 도해이가, 처음으로 받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게 이 로맨스의 진짜 핵심이에요. 설레는 것도 맞는데, 그것보다 더 깊은 데서 오는 감정이 있어요.

 

배인혁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솔직히 처음엔 배인혁보다 한지현이 더 눈에 들어왔어요.

근데 보다 보니까 박정우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밝고 유쾌한데, 그 안에 뭔가 꾹 눌러놓은 게 있는 사람. 웃는데 슬픈 표정. 그게 이 캐릭터의 전부이기도 하고요.

배인혁이 이런 감정을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하는 배우인지 우주를 줄게 보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치얼업 보고 나서야 아,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었어요. 선태형이 아니라 박정우였을 때부터 이미 이런 눈빛이었다는 걸. 우주를 줄게 보고 배인혁이 궁금해졌다면, 치얼업이 그 답이에요.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어요.

청량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끝에 가서 마음 한 켠이 묵직해지는 드라마였어요. 응원한다는 게 뭔지, 기댄다는 게 뭔지, 그걸 이렇게 캠퍼스 배경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구나 싶었어요.

시청률은 높지 않았어요. 근데 유튜브 클립 조회수는 계속 올라가고, 지금도 회자되는 드라마예요. 그게 이 작품이 진짜라는 증거 아닐까요. 숫자보다 오래 남는 드라마가 있거든요. 치얼업이 딱 그런 드라마예요.

 

총평 및 별점

⭐⭐⭐⭐ 5점 만점에 4점

로맨스만 기대하고 봤다가 성장 이야기에 마음을 뺏긴 드라마예요.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아요. 배인혁 입문작으로도, 한지현 재발견으로도 손색없어요. 대학 생활의 로망이 그리운 사람, 응원받고 싶은 날, 따뜻한 거 보고 싶은 날 틀면 딱이에요.

 

-0.5점 이유: 중반부가 살짝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미스터리 요소가 후반부에 조금 급하게 마무리된 아쉬움도 있고요. 그래도 결말은 따뜻하게 닫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