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 보면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이 이거예요.
왜 좋은 사람이랑 꼭 이렇게 되는 걸까. 나쁜 사람이면 차라리 미워하기라도 편한데 사람 자체는 너무 좋은 사람이랑 안 풀리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 구웅이가 딱 그런 캐릭터였어요.
드라마 : 유미의 세포들 시즌1 방영 : 2021.08.27 ~ 2021.10.01 (tvN 금토드라마 / 총 14부작) OTT : 티빙 장르 : 로맨스 / 직장인 / 판타지 코미디

유미의 세포들, 어떤 드라마인가
원작 웹툰이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고 봤어요. 근데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었어요.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세포들의 세계와 실사 드라마를 교차하는 방식이 처음엔 낯설지만, 금방 익숙해지고 나서는 오히려 그 방식이 없으면 이 드라마가 전달하는 게 반도 안 됐겠다 싶어졌어요.
한 줄로 소개하면 평범한 직장인이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예요. 근데 그걸 세포들의 시선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다른 로맨스 드라마랑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요. 처음엔 웃기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고, 다 보고 나서도 한참 멍하게 있게 되는 그런 드라마예요.
구웅이라는 사람
구웅이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성격도 좋고 유미한테 잘하고 나쁜 의도가 없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게 오히려 더 답답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요. 확실하게 나쁜 면이 없으니까 유미도 쉽게 정리를 못하는 거거든요.
이 캐릭터 설계가 사실 굉장히 영리해요. 악역이 없는 연애 서사에서 갈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나쁜 사람 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인데 맞지 않는 것이거든요. 현실 연애가 딱 그렇잖아요. 상대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미워하고 끝낼 텐데, 사람 자체는 너무 좋은 사람이랑 안 풀릴 때가 제일 힘들고 제일 오래 남거든요.
유미가 구웅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어요. 잘 됐으면 좋겠는데 뭔가 계속 어긋나는 느낌. 보는 내내 잘 되라고 응원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같이 있었어요.
여사친 문제로 결국 헤어지게 됐다
이 부분에서 진짜 답답했어요.
구웅이 옆에 여사친이 있는데 그게 유미한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구웅이 입장에선 그냥 오래된 친구인 거지만 유미 입장에선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근데 그걸 확실하게 정리해주지 않으니까 유미가 상처를 받는 거고요.
여기서 드라마가 잘 짚은 게 있어요. 나쁜 의도 없이도 상처는 난다는 것. 구웅이는 잘못한 게 없지만 유미는 분명히 상처받았고, 그 감정을 무효화할 수도 없어요. 그렇다고 화를 내기도 애매하고, 넘어가기도 힘들고. 유미가 그 감정의 어딘가에서 혼자 버티는 장면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어요.
나쁜 의도가 없는 사람한테 상처받는 게 오히려 더 힘들어요. 화를 내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넘어가기도 힘들고. 유미의 그 감정이 너무 공감됐어요. 연애하다 보면 꼭 이런 상황이 한 번씩 오거든요. 상대가 나빴으면 더 쉬웠을 텐데, 좋은 사람이라서 더 오래 아픈 그 감각.
헤어지고 나서 연애세포가 천둥 치던 장면
이 장면 진짜 웃기면서도 슬펐어요.ㅋㅋㅋ
유미가 구웅이랑 헤어지고 나서 연애세포가 완전히 난리가 난 거예요. 천둥 치고 폭풍 오고 세포 마을이 아수라장이 되는 그 장면. 처음엔 웃겼는데 보다 보니까 그게 실제로 실연당했을 때 마음속이 딱 저렇겠다 싶어서 마음이 짠해졌어요.
연애세포가 그렇게 무너지는 게 유미가 얼마나 많이 좋아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세포들이 난리 치는 게 더 생생하게 전달됐어요. 이 드라마의 표현 방식이 진짜 천재적이라고 느낀 장면이에요.
실연 후에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하고, 밥 먹고, 일하는데 머릿속은 계속 그 생각인 상태. 그걸 말로 설명하면 읽는 사람은 공감을 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느끼기는 어렵잖아요. 근데 세포 마을이 완전히 무너지는 걸 눈으로 보면, 그 감각이 바로 전달돼요. 이 드라마가 세포들이라는 설정을 선택한 이유가 이 장면 하나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세포들이라는 설정이 왜 이렇게 공감되냐면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가 세포들 설정 때문이에요.
머릿속에서 이성세포, 감성세포, 식욕세포 같은 애들이 회의하고 싸우고 난리 치는 거잖아요. 근데 그게 말도 안 되는 설정인데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성이 날아가는 느낌, 먹고 싶은데 참아야 하는 갈등, 상처받고 나서 감정이 폭발하는 것. 다 경험해본 것들이거든요.
이 설정의 진짜 강점이 내 감정인데 내가 통제 못 한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거예요. 감정이 복잡할수록 세포들이 더 난리를 치고, 그게 유미의 내면 상태를 직접 전달해요. 유미가 말하지 않아도 세포들이 다 말해줘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유미를 이해하는 데 대사가 필요 없어요. 세포들 보면 다 알거든요.
유미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것도 공감 포인트예요. 나랑 비슷한 사람이 저런 감정을 겪는다는 게 보는 내내 위로가 됐어요. 내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 다들 이렇게 복잡하고 흔들린다는 것. 그걸 세포들이 대신 보여줘요.
김고은의 유미 — 평범함을 연기하는 것의 어려움
김고은이 이 드라마에서 정말 잘했어요.
유미는 사실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예요. 특별한 능력도 없고, 극적인 상황에 놓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하고 밥 먹고 연애하고 상처받는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그 평범함을 지루하지 않게, 근데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김고은이 유미의 감정 기복 하나하나를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했어요. 특히 좋아하는 마음을 티내지 않으려다 티를 내는 장면들에서 계속 피식피식 웃게 만들었어요.
안보현도 구웅이라는 캐릭터를 참 잘 잡았어요. 좋은 사람인데 뭔가 아쉬운 그 미묘한 결을,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유미가 상처받는 이유가 납득되게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보면서 구웅이가 밉지 않았어요. 그게 더 슬펐고요.
등장인물 한눈에 보기
유미 — 김고은 : 평범한 직장인.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 근데 그 평범함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공감 포인트다.
구웅 — 안보현 : 좋은 사람인데 맞지 않는 것.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영리하게 설계된 캐릭터.
웅기 — 박진영 : 유미의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 인물. 구웅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유미의 마음을 건드린다.
연애세포 : 유미의 머릿속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세포.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평
유미의 세포들 1은 연애 드라마인데 연애 얘기만 하는 드라마가 아니에요.
좋아하고 상처받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그 과정이 세포들을 통해 너무 생생하게 보여요. 구웅이랑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잘 마무리된 사랑보다 아쉽게 끝난 사랑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처럼, 이 드라마도 그런 방식으로 기억에 남아요.
이 드라마가 좋은 건 유미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냥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의 이야기를 세포들의 눈으로 들여다봤을 뿐인데, 그게 이렇게 많이 공감이 된다는 게. 내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는 걸, 이 드라마가 조용히 말해줘요.
연애가 잘 안 풀렸던 기억이 있는 분들한테 특히 공감 많이 될 드라마예요. 웃기면서도 어느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런 드라마예요.
📌 기본 정보 방영 : tvN 금토 | 2021.08.27 ~ 10.01 | 시즌1 14부작 출연 : 김고은, 안보현, 박진영, 이유비 OTT : 티빙
⭐ 별점 4.5 / 5
'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타트업 — 도전이 아름다웠고 한지평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0) | 2025.12.03 |
|---|---|
| 스물다섯 스물하나 — 헤어져도 안쪽으로 걷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0) | 2025.12.03 |
| 이번 생은 처음이라 — 김장하다가 고백하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0) | 2025.11.29 |
| 제목: 그 해 우리는 — 웅이가 너무 순애보라 가슴이 미어졌다 (0) | 2025.11.29 |
| 제목: 모범택시 시즌3 — 무지개 운수가 생긴 이유를 알게 됐다 (0) | 2025.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