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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제목: 친애하는X — 사실 제일 불쌍한 건 백아진이었다

by goodluck12 2025. 11. 27.
 

김유정 연기 잘한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근데 이건 좀 달랐어요. 보자마자 느껴지는 게 있었거든요. 눈이랑 표정이 그냥 백아진 자체예요.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저 사람이 원래 저런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 캐릭터인데 과하지 않아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소름 돋는 거예요.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했어요. 무겁고 무섭고 안쓰럽고 짠한 감정이 한꺼번에 오는 드라마예요.

드라마 : 친애하는 X 방영 : 2025.09.27 ~ 2025.11.01 (tvN 토일드라마 / 총 12부작) OTT : 티빙 장르 : 심리 스릴러 / 휴먼 / 멜로

친애하는 X 리뷰용 이미지

 

 

친애하는 X, 어떤 드라마인가

감정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예요.

태어날 때부터 공감 능력이 결여된 채 자란 백아진이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망가지는 이야기. 설명만 들으면 그냥 사이코패스 범죄극처럼 들리는데, 이 드라마는 그 틀에서 한 발 더 나아가요.

백아진이 나쁜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요. 나쁜 의도로 사람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감정이 없는 사람이 살아남는 방식이 그거였던 거거든요. 그 지점이 이 드라마를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눈을 못 떼게 만드는 이유예요. 미워하기도 애매하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캐릭터. 근데 그 사람을 계속 보게 되는 건, 백아진 주변 사람들의 사랑이 너무 진심이었기 때문이에요.

 

1화에서 이미 다 보여줬다

1화 학교 씬에서 선생님 보내버리는 장면 있잖아요.

그 장면 하나로 백아진이 어떤 사람인지 다 설명이 돼요.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사람을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대사 한 줄 없어도 그냥 보이는 거예요. 이 캐릭터 범상치 않다는 게 1화에서 이미 확정되는 느낌이에요.

보통 드라마가 캐릭터 설명하는 데 몇 화씩 쓰잖아요. 근데 이 드라마는 1화에서 백아진을 완벽하게 소개해요. 그래서 첫 인상이 강렬했던 것 같아요.

그게 가능했던 건 김유정 덕분이에요. 대사로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 표정 하나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전달하는 능력. 말이 많지 않아도 보는 사람이 알아요. 감정이 없는 사람이 감정 있는 척할 때의 그 미묘한 차이. 그걸 김유정이 너무 정교하게 잡아냈어요.

 

김오재랑 준수 볼 때마다 안쓰러웠다

백아진 주변 사람들 보는 게 솔직히 힘들었어요.

김오재랑 준수 둘 다 백아진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데 그 마음이 결국 본인들을 죽게 만들잖아요. 보면서 계속 안쓰러웠어요. 저 사람이 왜 저러지 싶으면서도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근데 준수 생각을 좀 더 하게 됐어요. 만약 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준수가 그냥 백아진을 있는 그대로 두고 둘이 사랑하게 내버려뒀다면 어땠을까. 본인이 생각한 오만이 백아진을 더 몰아세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어요. 백아진을 변화시키려 했던 그 마음 자체가 결국 비극을 만든 거거든요.

여기서 드라마가 건드리는 게 있어요. 사랑하는 방식이 틀릴 수 있다는 것.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사랑이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만든다는 것. 준수의 사랑은 진심이었지만, 그 사랑의 방식이 백아진한테는 맞지 않았던 거예요. 사랑인데 비극이 되는 이유가 그거거든요.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니까요.

 

카페 사장님이 진짜 필요한 사람이었다

드라마 보면서 카페 사장님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백아진한테 진짜 필요한 사람이 그 사람이었거든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사람. 백아진을 바꾸려 하지 않고, 이용하려 하지도 않고, 그냥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는 사람. 백아진이 감정이 없어도 그 존재 자체가 뭔가 달랐을 것 같아요.

근데 그 사람 가지고는 백아진이 멈출 수 없었어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으니까요. 타이밍이 틀렸던 거예요. 멈출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었는데 백아진이 그걸 알아보기엔 너무 늦어버린 거고요.

그 장면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어요. 다른 순서였다면, 다른 시간이었다면. 근데 드라마는 그 아쉬움을 대신 설명해주지 않아요. 그냥 보는 사람 마음에 남겨두고 가거든요.

 

결말 — 그리고 제일 불쌍한 건 백아진이었다

⚠️ 아래부터 결말 스포 있어요.

결국 백아진 혼자 살아남아요.

남편은 자신을 가지고 놀고 속박하니까 죽음으로 위장한 거고, 백아진은 또 어딘가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이용하며 살아갈 거예요. 겉으로 보면 백아진이 이긴 것 같아요. 살아남았으니까요.

근데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백아진이 제일 불쌍하다는 거예요.

감정이 없으니까 사랑을 받아도 모르고, 누군가 진심으로 곁에 있어줘도 이용할 대상으로밖에 못 보는 거잖아요. 백아진이 나쁜 게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 거예요. 근데 세상은 그걸 용납하지 않으니까 계속 싸워야 하고, 이용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거예요.

이 결말이 불편한 이유가 있어요. 백아진이 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에요. 백아진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게 보이기 때문이에요. 끝이 없는 거예요. 살아남는 게 이긴 게 아닌 삶. 몰락하는 것 같았지만 또 다른 곳에서 탑이 되는 것. 그게 백아진의 삶이고, 그게 제일 무서운 부분이에요.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낄 수 있을까.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근데 이 드라마 보고 나서 그 질문이 오래 남았어요. 백아진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의 사랑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드라마예요.

 

등장인물 한눈에 보기

백아진 — 김유정 : 감정이 결여된 채 태어나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이용하며 살아온 인물.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 사람.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준수 : 백아진을 변화시키려 했던 사람. 사랑의 방식이 틀렸지만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던 인물. 보면서 제일 안쓰러웠다.

김오재 : 백아진을 진심으로 아꼈지만 그 마음이 결국 본인을 망가뜨린 인물.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멈추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카페 사장님 : 백아진한테 진짜 필요했던 사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유일한 존재. 타이밍이 틀렸던 게 내내 아쉬웠다.

 

총평

무겁고 무섭고 안쓰럽고 짠해요. 근데 그래서 오래 남는 드라마예요.

백아진이라는 캐릭터는 판타지가 아니에요. 세상에 감정을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없지 않잖아요. 사랑을 받아도 그게 사랑인지 모르고, 누군가 진심인데도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현실에도 있고, 그 사람을 사랑한 사람도 현실에 있어요. 이 드라마가 단순한 심리 스릴러로 느껴지지 않는 건 그 때문이에요.

다 보고 창을 닫았는데 바로 딴 거 못 틀겠더라고요. 백아진 생각이 한참 났어요. 저 사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갈 거라는 게. 그게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모르겠어요.

 

📌 기본 정보 방영 : tvN 토일 | 2025.09.27 ~ 11.01 | 12부작 출연 : 김유정 OTT : 티빙

 

⭐ 별점 5 / 5